[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2021년 국내 자동차시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선전을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시장을 덮친 코로나19 사태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절대적인 차량생산은 줄어들었지만, 생산하는 차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고가 남지 않을 정도로 판매가 잘 된 한 해였다.

특히, 코로나19는 차량을 공유하거나, 대중교통을 하는 것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행하는데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트렌드는 소유하는 자동차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코로나19로 눌렸던 소비가 '보복소비'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좋은 모델을 구매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트렌드는 국산자동차 모델의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내수·생산이 세 달 연속 감소했지만 수출액은 6개월만에 40억달러(2021년 11월 기준)를 돌파할 정도로 고부가치 차량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업체별로는 르노삼성이 주력모델 수출 확대로 연중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유일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한국지엠·쌍용은 생산차질 영향 등으로 판매율은 높지 않지만, 현대를 제외하고 전월대비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그 중에 친환경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비 20.2% 증가한 3만3869대, 수출은 76.2% 증가한 4만4178대로 11개월 연속 내수와 수출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대수는 76.2% 증가한 4만4178대, 수출금액은 64.8% 증가한 1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1월 전 차종 수출확대에 힘입어 대수, 금액, 비중 모두 3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이어가면서 친환경차 누적 수출액은 103억5000만달러로 첫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모델별로는 1~11월 국내 승용차 판매 기준으로 현대 그랜저가 8만1344대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국산차 베스트셀링카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위 모델은 기아 카니발로 6만7884대로 3위를 기록한 기아 쏘렌토 판매량인 6만4373대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다. 기아는 세단 모델인 1위 현대 그랜저를 공략하는데는 실패했지만 국내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SUV와 MPV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며 기아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4위 모델은 현대 아반떼가 6만4081대를 기록하고, 쏘나타 모델은 5만7073대로 5위를 수성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세단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준대형·중형·준중형 모델 모두 베스트셀링모델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세단시장에서만큼은 기아가 아직은 현대차를 넘어서지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6위 모델은 기아 K5로 쏘나타에 2166대 적은 5만4907대를 판매하며 12월 판매실적에 따라 중형세단 대표모델 자리를 넘볼 가능성도 있다. 기아는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는 디자인과 성능에서 현대자동차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판매기록을 역전한 시장이 다수 생겨나고 있어 내년에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위 모델은 국내 유일의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자존심으로 국내외에서 판매호조를 기록하고 있는 제네시스의 G80 모델이 5만3269대의 판매기록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베스트셀링카 TOP10에 올라있다. 

8위의 현대 팰리세이드(4만8622대)와 9위 현대 투싼(4만5029대)의 판매기록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제네시스 G80은 2021년 국내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리미엄 자동차로 기록될 전망이다. 10위는 기아 K8(4만2730대)가 차지했고, 현대 싼타페·제네시스 GV80·기아 셀토스·르노삼성 QM6·기아 레이 순으로 11위~15위를 기록했다.

2021년 국내 자동차시장의 변화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2030의 엔트리모델로 각광을 받았던 소형SUV 모델들의 몰락에 가까운 판매 저하 현상이다. 기아 셀토스가 3만5899대·기아 레이가 3만3114대 판매하며 체면을 세웠지만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쌍용차 티볼리(1만4819대)·르노삼성 XM3(1만4085대)·현대 베뉴(1만2331대) 등의 모델이 경차인 기아 모닝(2만8209대)과 쉐보레 스파크(1만7227대)보다 적은 판매기록을 세운 점은 특이할 만하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고 반대로 보복소비가 많아지면서, 생각보다 높은 판매가격을 보이는 소형SUV를 패싱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현대 캐스퍼(6679대) 반응에 따라 내년에도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 국산차 시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베스트셀링 TOP10 모델을 휩쓴 가운데,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 쉐보레는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친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양상은 내년에도 르쌍쉐로 불리는 3개 브랜드가 반전할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차를 만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가격경쟁이 부족한 독과점 분위기로 가는 상황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쉐보레)의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2022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