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국내에서 보기 힘든 시트로엥 브랜드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모델을 시승했다. 개인적으로 시트로엥은 ‘프랑스에서 온 독특한 개성’ 이미지가 강한 편으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도어에 에어범퍼가 부착됐던 C4 칵투스의 독특한 비쥬얼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이다.

오늘의 시승 모델 C5 에어크로스 역시 시트로엥 특유의 경쾌함이 실내외 곳곳에서 느껴졌는데, 사실 무엇보다 시승을 기대하게 한 건 이 모델이 강조하고 있는 ‘세단보다 편안한 SUV’라는 메시지였다. 얼마나 주행감과 승차감이 편안하고 좋은지 한 번 느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시승을 시작했다.

깔끔한 화이트 SUV지만 특유의 경쾌함이 느껴지는 개성 있는 스타일링

처음 실물을 접했을 때는 생각보다 우람한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듬직한 SUV 모델이었다. 전장 4,500mm, 전폭 1,840mm, 전고 1,690mm 실제로 C5 에어크로스는 동급 준중형 SUV 모델대비 차체가 큰 편이며, 보닛도 약간 높게 설계돼 시승 초반에 차체 부피감 적응에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깔끔한 화이트 컬러의 바디는 다소 심심하고 평범해 보일 수 있었지만, 가로로 길게 늘어진 ‘더블 쉐브론’ 엠블럼, 포인트 인상이 되는 도어 하단과 프론트 범퍼의 에어범프 인서트, 화이트-레드 투톤 르프바, 측면 창문을 감싼 C자형 크롬 테두리, 4개의 3D LED 리어램프 등 브랜드 특유의 경쾌한 개성을 더해 지루하지 않다.

여행 중에도 거실 같이 넓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실내

실내가 더 넓게 느껴지는 수평형 대시보드에는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계기반과 8인치 터치스크린이 적용되어 있으며, 넓직해 보이는 센터콘솔과 글러브 박스 등 실내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여유롭게 느껴진다.

여기에 C4 칵투스에서도 볼 수 있는 여행용 트렁크 컨셉의 스트랩으로 시트로엥 감성을 더했으며, 외관 디테일과 이어지는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의 에어컨 송풍구, 도어 손잡이, 스티어링 휠 버튼 등이 인상적이다.

 

C5 에어크로스는 EMP2 모듈형 플랫폼으로 시트로엥 MPV 모델의 공간 활용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열을 독립적으로 폴딩, 슬라이딩, 각도 조절할 수 있어 기본 580L에서 최대 1,630L까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시트 조절에 따라 최대 1,907mm 길이의 물건도 적재 가능해 아웃도어 용품이나 너무 크지 않은 가구를 옮길 때도 거뜬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과거 C4 스페이스 투어러를 시승하면서 좋아했던 시트로엥 특유의 개방감은 아쉬웠다. 전면 유리가 넓은 스페이스 투어러와 시야가 다소 비교됐고, 또 루프 박스가 설치된 시승 모델이라 파노라믹 선루프의 개방감도 느낄 수 없었다.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 편안한 시트로엥 어드밴스드 컴포트® 프로그램

C5 에어크로스를 시승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승차감. 시트로엥은 차량 개발 목표가 ‘세단보다 편안한 SUV’일정도로 편안함에 진심이었다. 차에 적용된 ‘시트로엥 어드밴스드 컴포트®’ 프로그램은 △운전의 편리함 △생활의 편리함 △기능적 편리함 △마음의 편안함이라는 4가지 주요 목표를 추구한다.

특히,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과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를 탑재해 마치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한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며, 이 외에도 넓고 실용적인 공간, 조용한 실내 등 탑승자가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와 다카르 랠리 같은 모터 스포츠대회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이 담긴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은 댐퍼에 두 개의 유압식 쿠션을 추가해 다양한 노면 환경에서도 노면의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승차감을 개선해준다.

 

실제로 시승한 구간은 반듯하게 잘 닦인 도심 주행이라 요철이나 장애물이 없어 비교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감속 없이 그대로 주행해봤는데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시골길을 달려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텐데.

또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도 C5 에어크로스의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에 한 몫을 더하는 요소이다. 차를 탑승할 때부터 눈에 띄는 시트는 패딩 패턴으로 마감되어 독특한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 식스팩 복근이 연상돼 시각적으로는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실제 앉았을 때는 두툼한 고밀도 폼과 적당한 탄성이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몸을 편안하게 지지해준다. 시트의 장점은 도심보다는 장거리 주행에서 그리고 예민한 아이들과 주행할 때 확실히 빛을 발휘할 수 있을 듯.

큰 차체 대비 부족함 없는 주행 퍼포먼스로 든든하고 믿음이 가지만, 초반 적응은 필요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는 1.5리터와 2.0리터 BlueHDi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EAT 8)를 장착했다. 시승한 모델은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0.61kg·m의 1.5리터 BlueHDi 엔진, 복합연비 기준 14.2㎞/ℓ(도심 13.6㎞/ℓ 고속 15.1㎞/ℓ)로 차체크기 대비 훌륭한 연료 효율을 보인다. 실제로 시트로엥은 공인 연비보다 더 효율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전 트림 ADAS를 비롯해 차선이탈방지보조, 비상제동시스템, 사각지대경고시스템, 주차보조시스템, 360도 비전, 전/후방센서 + 180도 후방카메라, 운전자주의경고 등 15가지 주행보조 시스템이 기본 적용됐다.

시승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이나 부족함은 없었지만, 시승 초반에는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의 큰 차체와 확실한 브레이크 반응은 적응이 필요했다. 도로 중간 중간 정체된 차와 좁은 골목 도로가 콤보로 나타나면 다소 조심스러워졌고, 잦은 신호 대기와 교통 체증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워낙 반응이 확실했기 때문.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큰 차에 익숙하거나 초반 적응만 잘 마친다면 큰 차체는 주행 중 안정감을 줘 든든하다는 장점이 되고, 확실한 브레이크 응답 역시 빠르고 정확한 반응으로 더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될 듯.

그래서, 결론은?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시승을 마친 뒤, 역시나 에디터에게는 조금 크고 부담스럽다, 라고 느꼈다.

아웃도어나 장거리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한다면 든든한 주행, 편안한 승차감, 활용도 높은 공간 등 장점이 워낙 많은 차이지만, 평소 출퇴근하거나 종종 약속 있을 때만 외출하는 에디터는 도심 주행이 90% 이상이고, 가족이나 아이와 동승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좁은 골목도 민첩하게 이동하기 좋은 차가 더 적합할 것 같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인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나 차박을 좋아해 짐이 많거나, 가족과 함께 편안하고 안락하게 탈 수 있는 차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시승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