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분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멀티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다양한 능력과 실력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 세상으로 변하면서, 자동차도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가진 모델보다는 다양한 성능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모델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연비만 좋은 차, 디자인만 특출난 차, 순간 가속력이 좋은 차 등 특장점이 명확한 차를 선호하는 매니아는 있지만, 대중적인 선호도와 판매량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로 바뀌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국내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특장점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은 모델이 있다. 대중적인 브랜드인 르노삼성의 QM6는 출시 전부터 ‘투박한 SUV는 가라. 세단과 같은 수려한 외모의 SUV’라는 내용을 강조하며 디자인 한가지를 강조하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르노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국내에서 대중적인 브랜드로 분류되지만 주류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시하기 위한 방법였을 것이다. 하지만 매우 공격적이고 도박에 가까운 마케팅을 진행해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번 카스토리에서는 르노삼성의 히스토리를 알아보고 ‘잘 생긴 SUV’ QM6로 승부를 본 이유와 브랜드의 성과를 알아본다.

르노삼성은 2000년 9월 르노삼성자동차로 정식 출범하고 SM5를 중심으로 세단시장에 진출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삼성자동차에서 1998년 SM5 1세대를 출시하고 자동차판매를 시작하고 있었지만 르노삼성 브랜드로의 시작은 2000년으로 올 해로 21년이 된 브랜드이다.

르노삼성에서는 르노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인 로장주마크 대신에 국내 자동차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태풍마크를 엠블럼으로 사용했다. 같은 자동차에 다른 엠블럼을 달 수 있었던 이유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마케팅전략인 ‘배지 엔지니어링’방식의 판매로 국가별, 지역별 현지화 전략을 진행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삼성자동차의 ‘삼성’을 그대로 사용하며 현지화에 집중했다.

이렇듯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하여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의지로 국내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첫 출시 모델인 SM5부터 세대를 거듭하여 국내 세단 시장에 라인업을 형성한 SM3와 SM7, 그리고 르노삼성자동차의 첫 SUV 모델인 QM5와 국내에 없던 CUV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QM3, 프리미엄 중 모든 파워트레인을 갖춘 유일한 SUV로 성능과 디자인 모든 면에서 제품성을 인정받은 QM6, 파격적인 쿠페형 소형SUV로 국내 SUV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XM3까지 르노삼성의 도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다.

그 중에서 SM5는 르노삼성이 탄생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모델이다. SM5 1세대 모델이 출시된 1998년 당시 뛰어난 내구성과 품질로 입소문을 탔고 꾸준히 높은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해 4만 대를 달성했고, 당시 중형 세단에서 볼 수 없던 고급 사양, 그리고 출시부터 3년 6만km 무상보증수리 정책을 내세워 전례 없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시했다.

SM5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모으며 성공적인 중형세단 시장 안착과 함께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 브랜드가 공식 출범했는데 공로를 세웠다. 2005년 출시된 2세대 SM5는 1세대 SM5의 명성을 계승할 만한 성능과 품질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중형차 최초로 스마트 에어백과 스마트 카드키를 적용하며 기술적인 부분도 강조했다.

이 후 르노삼성은 SM5을 중심으로 세단 라인업을 확장하며,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세단중심으로 공략하던 르노삼성은 유럽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모델인 소형SUV 르노 캡처를 QM3로 명명해 출시하며 또 한번 국내시장에 돌풍을 일으킨다. 작은 차를 선호하지 않던 국내소비자들에게 소형자동차의 매력을 알려주고 SUV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소형SUV 성공의 자신감은 쿠페형 소형SUV XM3의 탄생으로까지 연결되고 국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한다.

르노삼성 SUV의 시작과 미래는 ‘소형SUV’라 불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국내 SUV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춘 모델은 베스트셀링 모델인 QM6이다. QM6는 2016년 9월 공식 출시하며, 출시 전 예약 하루 만에 2,000대 계약을 돌파하는 등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르노삼성의 디자인 마케팅이 자신감을 가진 시기다.

SUV는 투박한 디자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깨고 세단과 같이 수려한 외모로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하였고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반응했다. 특히 르노 그룹에서 출시하는 다른 차종과 패밀리룩을 이루는 C자형 LED 주간 주행등이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전면부를 완성해 주었다.

여기에 자동차트렌드로 ‘안전’이 강조되던 시기에 걸맞는 다양한 첨단 드라이빙 안전시스템(ADAS) 기술을 탑재해 안전성을 높인 SUV로 평가받았다. QM6의 안전성은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인 '2017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며 우수함을 입증했다.

2017년에는 QM6 GDe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디젤 차량이 주를 이루는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가솔린 SUV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순간 폭발력이 강한 디젤이 오프로드에 적합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르노삼성은 멋진 디자인의 SUV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부드럽고 소음이 적어 차원이 다른 SUV라고 알렸다. 세단 못지않은 우수한 정숙성과 안정적인 승차감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주행성을 자랑하는 QM6는 도심형 SUV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SUV 시장의 모멘텀을 힘 쎈 오프로드 자동차에서 가족과 함께 정숙하고 도심에서도 어울리는 SUV를 강조한서 QM6의 마케팅은 SUV 트렌드를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런 변화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과 다양한 수입SUV 모델 출시로 이어지며 온전히 르노삼성 QM6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 했다.

이 때, 르노삼성 QM6는 틈새시장인 LPG시장을 노리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에 나섰다. 국내시장에는 LPG SUV 모델이 없었기에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지만, 소비자는 있지만 선택할 모델이 부족했던 LPG 시장에 SUV 모델 출시는 선점을 넘어 독점 수준으로 좋은 반응을 모은다.

2019년 출시한 2.0 LPe 엔진이 탑재된 QM6 LPG 모델은 파워트레인 라인업 다변화와 국내 SUV 모델 중 유일하게 모든 파워트레인을 갖춘 모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더해지며 높은 인기를 모은다. 2019년 12월에는 7558대를 판매하며 국산 SUV 가운데 1위, 전 차종 판매 순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모았다.

이 후 THE NEW QM6 모델은 강인하고 힘있는 인상을 심어주는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변화와 고급 트림인 PREMIERE(프리미에르) 출시하며 다시 디자인 변신에 집중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던 르노삼성의 QM6는 꾸준한 인기를 모으지만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기에는 부족함 점이 있었다. 

르노삼성 브랜드는 전 라인업에 자동차 색상과 디자인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지금도 강조하고 있다. 특별한 색상(보라색(아메시스트)/꼴레오스(핑크)/로그(하늘색) 등)의 모델을 출시하고, 국내 디자인센터를 강조하는 강연과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국내에서는 ‘디자인의 르노삼성’ 이미지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디자인 좋은’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는 기아가 아닐까 싶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도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는 르노삼성이 못 해서가 아니라 더 잘 하는 브랜드가 나오면서 르노삼성이 고전하는 상황이다.

XM3와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계속 출시할 수도 없고,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 없이 새로운 색상의 모델 출시만으로는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실은 수입차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보다 판매량이 적은 르노삼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지는 못 하더라도 디자인을 기본으로 다른 특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할 시기다.

더 늦으면 국내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자리는 없어질 지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색상을 공개하고 디자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지금의 르노삼성 QM6는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소비자가 자동차에 원하는 첫번째 요소가 디자인이 아닌 점을 인정하고, 르노삼성 자동차에 기대하는 요소를 빠르게 찾길 바란다. 틈새시장인 LPG자동차를 공략하던 르노삼성의 과감하고 도전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소비자가 아직도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