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 보이스 피싱 피해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반면 메신저 피싱에 따른 피해는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피해액 중 55.1%가 메신저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유행했던 목소리를 이용한 금융 사기 유형이 문자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메신저 피싱 피해 계층은 50대 이상 장년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범은 주로 자녀를 사칭해 부모에게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며 접근하는 문자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백신예약금감원에 계좌등록등을 빙자하는 문자가 대량 발송되기도 했다. 상반기 중 메신저 피싱 피해액 중 93.9%가 젊은 층보다 메신저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그동안 보이스 피싱에 따른 피해 규모는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20년 보이스 피싱 피해액은 2353억원으로 전년대비 65.0%나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는 84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4% 줄었다. 기관사칭형과 대출빙자형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 상반기 검찰 등 기관사칭형과 대출빙자형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1%, 70.4% 감소했다.

반면에 가족 등 지인사칭형 메신저 피싱은 대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중 메신저 피싱 피해액이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4%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전체 피해액 중 올 상반기 메신저 피싱 비중은 55.1%에 달해 11.2%였던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3.9%p나 상승했다.

사기범들은 주로 가족 등을 사칭해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토록 한 뒤 신분증과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다. 또 원격조종앱과 같은 악성 앱을 설치토록 해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을 탈취하기도 한다. 이렇게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로 대포폰 개통이나 계좌 개설자금 이체 등 불법 금융거래를 자행한다. 심지어 거액의 대출까지 떠안는 사례마저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피해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가 발생해 피해구제 신청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금감원은 우려했다.

아무리 아들딸이라고 해도 느닷없이 메신저 등을 통해 금융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비상식적이다. 필요할 경우 사전에 얘기를 나눈 뒤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모르는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등으로 아들이나 딸이라며 느닷없이 신분증 및 금융거래정보 등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메신저 피싱일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전화 통화로 확인해야 하며, 특히 URL(인터넷 주소)를 터치해서는 안 된다고 금감원이 당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장년층에 대한 맞춤형 홍보 등을 통해 피해 확산 예방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경보 발령 등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한다. 구제절차 개선을 위해 관련기관과의 공조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사후 대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피해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보이스 피싱 피해가 줄어든 것은 우리의 경각심이 그만큼 높아진 결과다. 메신저 피싱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