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자동차 브랜드를 떠오르게 하는 단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안전’하면 볼보, ‘황소’하면 람보르기니, ‘삼지창’하면 마세라티, ‘검정말’하면 페라리, ‘전기차’하면 테슬라 등 다양한 단어와 사물은 브랜드를 연상시키고 상징한다.

그렇다면, 다음 단어를 보게 되면 어느 자동차 브랜드가 떠오를까? 럭셔리’와 ‘세단’, 그리고 ‘환희의 여신상’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롤스로이스를 쉽게 떠오를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거대한 체격과 대담한 디자인, 그리고 압도적인 고급스러움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브랜드이다. 특히, 보닛 위 공간에 숨어있다가 나오는 환희의 여신상은 롤스로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번 시간에는 롤스로이스의 숨겨진 재미있는 히스토리와 롤스로이스 컬리넌 모델에 대해 알아보자. 롤스로이스의 영문 표기는 ‘Rolls-Royce’다. 한 번에 이어 쓴 것이 아닌, ‘두 단어를 구분 짓는 작명’은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가 하나의 가문이 아닌 최소 2개 가문(인물)이 연관돼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롤스로이스의 탄생은 헨리 로이스(Henry Royce)에게서 시작된다. 헨리 로이스는 전기와 전기크레인, 증기기관차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가이자 엔지니어였다. 그는 자동차를 너무도 좋아해 프랑스 자동차브랜드 드디옹을 구입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자동차가 아니라 실망을 하고 직접 자동차를 만들게 된다.

이 대목을 듣고선 람보르기니를 떠오르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페라리 엔진을 개선할 방법을 전달하러 갔다가 무시를 당한 뒤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 ‘페라리보다 뛰어난 자동차’를 모토로 람보르기니를 일궈낸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헨리 로이스도 성에 차지 않는 자동차를 타느니 직접 만들어 타겠다고 한 것이 롤스로이스의 첫 시작이었다. 이런 사고는 롤스로이스 철학에도 반영되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창조해 내라’를 모토로 생산하고 있다.

당시 헨리 로이스는 3대의 자동차 ‘로이스 10’를 만드는데, 한대는 본인이 직접 타고 다른 1대는 친구 어니스트 클레어먼트에게 선물하였다. 남은 1대는 헨리 애드먼즈에게 판매를 하였는데 애드먼즈는 자동차업계에서 유명한 인물들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그 중 모터스포츠와 자동차업계 영향력이 컸던 찰스 롤스(Charles Rolls)가 새로운 차를 운전해보고, 헨리 로이스와의 만남이 이뤄지며 현재의 롤스로이스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유명한 사람이 홍보한다고 하여도 자동차가 잘 팔리기 위해서는 판매와 운영이 필요한데, 롤스로이스 브랜드는 판매와 회사운영을 맡아줄 또 하나의 창업자인 클로드 존슨이 합류하게 되면서 자동차 브랜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롤스로이스 이름에 포함되지 않은 창업자이지만, 환희의 여신을 적용하고 지금의 롤스로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만든 인물이 클로드 존슨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닐까?

참고로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환희의 여신상은 가장 저렴한 실버크롬 코팅을 하면 약 225만원, 블랙뱃지 전용하면 약 1000만원, 폴리카보네이트를 적용하면 약 1700만원, 24k 금코팅으로 하면 약 2000만원, 다이아몬드로 제작하면 2억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한다. 롤스로이스의 가치는 환희의 여신상에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거 같다.

환희의 여신상 도난방지를 위해 시동을 걸어야 나타나고, 누군가 만지게 되면 차량 내부로 다시 들어가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롤스로이스는 1907년 첫 차 40/50HP를 런던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이 차에는 40마력의 7036cc 직렬 6기통 엔진이 탑재되었고, 1909년에는 48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된 7428cc 엔진이 탑재됐다.

이 차는 생산모델명보다 ‘실버 고스트(Silver Ghost)’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졌다. 실버 고스트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째깍째깍하는 시계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찻잔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아하고 부드럽게 달린다.’라는 평가로 불리게 된다.

실버 고스트는 한 대를 생산하는데 10개월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철저한 수작업으로 제작되었고, 아직까지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 중 하나로 인정받는 모델이다.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는 1907년 영국 왕실 자동차 클럽이 주최한 레이스에서 하루 12시간씩 15,000마일(24,135km)을 고장 없이 달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것을 계기로 그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당시의 자동차 레이스가 순위의 경쟁 이전에 고장과의 싸움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는 무척 놀라운 기록이다. 심지어 실버 고스트는 당시의 다른 자동차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성능과 신뢰성으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장갑차로 개조되어 전장을 누비기도 했다.

이런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더비와 크루에 공장을 짓는 등 계속해 회사와 공장을 확장하고 자동차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30년 영국 왕실로부터 준 남작 지위를 받게 된다. 이 후 롤스로이스는 1950년부터 1956년 사이 영국 왕실과 국가 원수를 위한 특별 모델 팬텀 IV를 제작하기도 했다. (팬텀 IV는 단 18대만이 생산됐다)

이후 다양한 우여곡절 끝에 2003년 1월 1일부터 BMW가 롤스로이스의 완벽한 상표권을 획득하고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자동차의 부활을 선언했다. 롤스로이스가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들은 지금도 맞춤 생산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데, 지난 116년간 생산된 차의 60% 이상이 아직까지도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놀라움을 준다.

이런 이유로 롤스로이스가 만들어온 자동차들은 단순히 튼튼하고 믿을 수 있는 고급자동차가 아닌 최고의 기술과 세공으로 제작된 공예품이자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롤스로이스는 세단이라는 공식을 깨는 슈퍼 럭셔리 SUV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출시돼 올해 하반기까지 사전주문량이 밀려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컬리넌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닌 하이-바디(High-Body) 차로, 편리성을 강화한 세단"이라며 롤스로이스에서는 컬리넌도 세단으로 부른다는 점이다.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변화를 상징하는 롤스로이스 컬리넌 특징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컬리넌은 롤스로이스의 최상위 차종인 팬텀과 같은 골격 구조를 가졌다.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럭셔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SUV에 맞춰 제작되었고, 신형 6.75리터 V12 트윈 터보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563마력, 최대토크 86.7kg·m의 힘을 자랑한다.

둘째, 누가 봐도 롤스로이스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을 모토로, 1930년대 차량 외부에 짐을 싣던 디-백(D-Back) 롤스로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컬리넌의 차체 크기는 길이 5341mm, 폭 2164mm, 높이 1835mm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앞뒤 바퀴 축 사이의 거리는 3295mm다. 뒷부분은 돌출되게 마무리해 적재공간은 기본 560리터에서 총 1886리터, 길이 2245mm까지 확장 가능하다.

셋째, 세계 최상의 인테리어로 장식하다. 대시보드를 럭셔리 핸드백과 벨트에 쓰이는 이태리산 고급 가죽으로 감쌌다. 또, 롤스로이스 최초로 앞좌석 헤드레스트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 터치 방식이 사용됐다. 뒷좌석은 4인승과(개별 시트) 5인승(라운지 시트) 중에 선택 가능하며 뒤에서도 전면 시야 확보가 가능하도록 앞좌석과 높이를 달리하는 파빌리온 시팅을 적용했다.

롤스로이스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116년 역사상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 중이며, 여러 의미의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자동차’ 대열에 진입했다.

슈퍼 럭셔리카 시장의 절대지존으로 자리잡고 있는 롤스로이스. 앞으로 100년 뒤에 돌아봐도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