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합원 1만명을 동원해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한다고 한다. 현재 서울 전역은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돼 있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집회를 강행할 경우 당국과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엄포는 놓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를 내세워 자제를 당부하는 것이 고작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중대 재해 근절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직접 찾았다. 정부가 현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김 총리를 막아선 채 정부의 방역 실패를 떠넘기기 위한 그림을 그리려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집회에 대한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있어 거리두기와 집회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충분한 공간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노동자 목소리 차단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집회 철회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김 총리는 면담은커녕 문전박대만 당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총리는 전날에도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전국적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경우 그동안 지켜온 방역의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경찰청과 서울시가 집회 금지통보를 내렸음에도 집회를 강행한다면 국민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未曾有) 사태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전 국민이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희생하며 위기를 넘기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최근 들어 백신 접종으로 새로운 희망을 키워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인도에서 유래된 델타형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훨씬 더 센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속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1일부터 거리두기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가 부랴부랴 철회한 것은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은 이번 집회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참기 힘든 고통을 감수하며 코로나19 극복에 묵묵히 동참해온 국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주사회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는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중요한 기본권 가운데 하나다. 민주노총의 이번 집회는 정당한 권리행사가 분명하다. 이를 사실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그러나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1차 접종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2차 접종률의 경우는 아직도 한자리 수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본격적인 3분기 접종은 이달 중순을 넘겨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무리 절박한 요구라 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열매를 맺기가 어렵다. 지금은 국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