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한국은행이 22‘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지표상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와 부동산주가에 낀 거품이 한꺼번에 빠질 경우 우리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대내외 충격에 상당히 취약해졌다는 분명한 경고다. 금융취약성지수(FVI)를 분석한 결과다. FVI는 대출 증감률, 자산 가격 상승률, 금융회사 건전성 등을 통해 금융 불균형 정도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금융시스템 취약성을 나타내는 지수다. 한은이 FVI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FVI58.9(잠정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4분기의 41.9보다 크게 높아졌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4분기(60.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수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부채의 급속한 증가세를 우려했다.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1765조원으로 집계됐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1.5%로 추정돼 전년 동기(160.1%)보다 11.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나마 가계대출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향후 경기회복이 부문간업종간 차별화될 경우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1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전년보다 19% 늘어난 831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늘어난 빚이 부동산과 주식시자에 흘러들어가 거품을 키우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고 심화된다면 향후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금융·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변종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의 위험선호도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민간부채 증가세 및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관리, 자산시장 안정화 등을 위한 정책대응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겨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은총재도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밝힌 바 있다.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에 대한 충격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엄청난 부담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금리가 1%p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만 연간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2차 추경을 통해 시중에 돈을 또 풀겠다고 한다. 한은은 금리 인상을 통해 돈줄을 죄겠다고 하는데 정부는 돈풀기를 계속하겠다고 하는 형국이다. 이런 엇박자는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제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된다. 저금리 시대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경제는 글로벌 금융경제와 결코 분리돼 있지 않다.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이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