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쿠팡이 경기도 이천시 소재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20일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후수습책을 내놓았다.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목숨을 잃은 이번 화재 사고로 온라인상에서 쿠팡 불매운동이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는 유료 멤버십 탈퇴 인증 사진까지 퍼지고 있다. 쿠팡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동식 119구조대장 유가족들이 평생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순직 소방관 자녀를 위한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설립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직원들에 대한 대책 역시 내놓았다. 1700명의 상시직 직원은 근무할 수 없는 기간에도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단기직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희망하는 다른 쿠팡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전환 배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안전한 사업장을 위한 투자도 약속했다. 화재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 개선하도록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쿠팡은 덕평물류센터에 대해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전문 소방업체에 의뢰해 상반기 정밀 점검을 완료했고, 소방 안전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개선 사항을 모두 이행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20일까지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물류센터 규모가 크고, 가연성 물질이 많아 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프링클러가 화재 발생 직후 8분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고 소방당국은 밝히고 있다.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의미다.

미국 국적인 김범식 쿠팡 창업자는 화재 당일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내 법인의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사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쿠팡 국내 법인을 100% 지배하는 미국 상장사 쿠팡Inc의 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화재 등에 대한 안전의무 위반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꼼수 사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쿠팡 측은 김 의장 지난달 31일 결정됐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그동안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과로사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쿠팡의 실질적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김범석 의장은 이와 관련해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 2의 남양유업 사태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권한은 갖되 책임은 지지 않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흐름이 존재한다. ESG경영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은 이런 현상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사후약방문 식의 대처로는 쿠팡의 물류센터 화재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적은 비용 아끼려다 기업의 사활을 걱정하는 사태로까지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건이 다양한 위험 요소를 철저히 점검하는 계기로 작용하려면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떤 사회든 모든 사건사고를 완벽히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형으로 번지기 전에 초기에 대처하는 능력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키울 수 있다.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의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