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7월부터 54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이 강행된다. 고용노동부는 16‘5~49인 기업 주 52시간제 현장지원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에 변함없다고 확인했다. 더 이상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52시간제를 시행해도 기업들에 대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다. 앞서 지난 14일 경제5단체는 52시간제 대책 촉구 관련 경제단체 공동입장문을 통해 549인 사업장에 대한 계도기간 추가 연장을 촉구했다. 이를 거부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우리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그럼에도 2019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연간 300시간 이상 길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 칠레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주 52시간제 도입은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노동자들의 과로사 예방과 건강권 확보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난 20183월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것은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해 7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우선 시행됐다. 준비가 필요한 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도입 시기를 달리 한 것이다. 지난해 1월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됐다.

그 과정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엔 9개월, 50~299인 사업장엔 1년의 계도기간도 주어졌다. 만에 하나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계도기간 동안에는 주 52시간제를 위반해도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이 계도기간은 주 52시간제가 큰 무리 없이 우리 사회에 안착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정부는 54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면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 내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행 법규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주는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49인 사업장은 아직도 인력 운용 여건이 열악한 곳이 많다는 우려가 적지 않지만 정부는 지난 4월 고용부, 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 공동조사 결과를 내세워 주 52시간제 시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중소기업단체들은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만이라도 계도기간을 부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주 52시간제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헛말이 아니다.

작년에 고용하기로 했던 외국인 노동자는 37700명 가운데 실제 입국자는 2430명에 불과했다. 올해도 목표의 2.5%만 입국했다. 인력 수급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강행은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장시간 노동은 개선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맞다. 그러나 선한 목표를 추진한고 결과까지 선하다는 보장은 없다. 과정이 순탄치 못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유증도 우려된다. 정부는 최소한 코로나19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만이라도 계도기간을 부여해 달라는 중소기업의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점을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