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한국 부자의 자산관리법을 분석한 ‘2020 한국富者보고서’ 발간
부자의 자산성장동력은 ‘연간저축여력’, ‘종잣돈’, ‘부채 활용’, ‘투자자산분배 전략’
부자가 가장 선호하는 장기적인 유망 금융투자처는 ‘주식’
코로나19로 인해 부자의 30.5%는 소득 감소를, 27.5%는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

【월드경제신문 류관형 기자】한국 부자 수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35만4000명, 총금융자산 2154조원으로 한국 부자의 70.4%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부자가 생각하는 장기적으로 가장 유망한 금융투자처는 ‘주식’ 인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은 28일 한국 부자의 현황과 부의 생애, 부자의 자산운용 방법을 분석한 ‘2020 한국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지난 2011년 첫 발간 이후 올해로 10년차를 맞는 ‘2020 한국부자보고서’는 특집으로 지난 10년간 한국 부자의 변화를 알아보고, 부자 수와 금융자산 변화, 부자의 투자 행동 변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한국 부자 수와 지역별 현황을 추정했고, 지난 7월 6일부터 5주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자산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 보고서는 특정 금융기관 이용에 한정된 고객이 아닌 전체 고자산가를 대상으로 진행돼 보다 일반적이고 심층적 결과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0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부자의 변화에 한국 부자는 2010년 16만명에서 2019년 35만4000명으로 2.2배 증가한 수치이다. 매년 9.2%씩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인구가 매년 0.5% 증가한 데 비해 부자 수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GDP)가 1323조원에서 1919조원으로 매년 4.2% 성장한 데에서도 일부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 가계 전체의 금융자산은 2010년 2186조원에서 2019년 3760조원으로 1.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자들의 총금융자산은 1158조원에서 2154조원으로 1.9배 증가해, 부자들의 금융자산이 일반 가계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전체 가계의 금융자산 중 부자의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53.0%에서 2019년 57.3%로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자산이 50%대를, 금융자산은 40% 내외를 차지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부자들의 자산 중 부동산자산 비중은 감소하고 금융자산 비중은 증가했으나, 중반 이후에는 부동산자산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금융자산 비중은 점차 감소하며 자산 비중간의 갭이 증가했다.

부동산자산의 증가세는 2010년대 초반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 강세로 전환되면서 부자들이 부동산 자산에 투자비중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금융자산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비중이 점차 감소했다. 일시적으로 2017년에 부동산자산 비중과 금융자산 비중이 동시에 증가하여 같은 방향으로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2017년 주가지수가 급등한 결과로 파악된다.

2020년 한국 부자의 37.5%가 현재 부(富)를 이룰 수 있었던 가장 주된 원천으로 ‘사업수익’을 꼽았다. 이는 2011년에 부의 주된 원천이 ‘부동산투자’라고 응답한 경우가 45.8%로 가장 많았고, ‘사업수익’이 28.4%로 두번째였던 것에 비해 변화가 보이는 부분이다. 2011년 이전에 부동산 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부동산투자’가 부의 원천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데 비해, 2010년대 벤처와 스타트업 붐에 따른 성공사례가 나타나면서 ‘사업수익’으로 부의 원천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총자산 규모별로도 부의 원천 변화에 차이가 나타났는데, 50억원미만 부자들은 10년전에 비해 부의 주된 원천으로 ‘부동산투자’는 감소하고, ‘사업수익’과 ‘근로소득’은 증가했다. 반면 50억원이상 부자들은 ‘부동산투자’나 ‘사업수익’인 응답은 감소하였으나, ‘상속이나 증여’는 13.2%포인트나 증가했다.

한국 부자의 투자 성향은 전반적으로 안정형과 안정추구형을 합한 ‘안정지향형’이 가장 많다. 그러나 10년전과 비교해 보면 추세적 차이가 나타나는데, ‘안정지향형’은 감소(-20.2%포인트)한 반면 ‘적극지향형’은 증가(+13.5%포인트)했다. 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금융자산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적극지향형’ 투자성향이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총자산규모에 따라서도 투자 성향에 변화가 나타났는데 총자산이 많을수록 ‘안정지향형’은 감소하고 ‘적극지향형’은 증가했다. 이는 자산이 많을수록 더 크게 자산을 늘리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볼수있다.

부자들의 투자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보면, 투자판단에 있어 전문가 의견에 대한 의존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의한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증가했다. 2011년 ‘나의 실력과 직감을 믿고 투자한다’는 경우가 44.4%였던 것에 비해, 2020년 54.3%로 증가했는데, 이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는 하지만 투자결정에 참고하려는 의도가 크고 투자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는 생각이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자 가치관 변화와 함께 10년전에 비해 금융을 거래하는 채널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금융사 직원과의 대면을 통한 금융거래’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며 거래 채널의 변화가 있었다. 2011년에 비해 2020년에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금융을 거래’하는 경우가 29.4%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에게서 ‘자산의 일부는 상속이나 증여하고 일부의 자산은 기부’하는 방법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했다. 2011년에 1.0%에 불과하던 응답이 2020년에는 6.8%로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볼 때 기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부에 대한 생각은 총자산 50억원이상 부자들에게서 증가폭이 커 2011년 대비 2020년에 7.7%포인트나 증가했고, 반면 50억원미만 부자들에게서 4.9%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부자들이 자산을 물려줄 대상으로는 가족 중 ‘자녀’ 중심으로만 생각했던 10년전에 비해 올해는 ‘자녀’ 외 ‘배우자’나 ‘손자녀’를 고려하는 부자도 크게 늘었다. 특히 손자녀라는 응답의 증가폭이 큰데, 2011년 9.2%정도에 머무르던 것에 비해 2020년에는 31.8%로 22.6%포인트나 증가했다.

또한, 올해 한국 부자 현황을 살펴보면 금융자산을 10억원이상 보유한 한국의 부자는 2019년 말 기준 35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한국의 부자 수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부자의 금융자산 규모도 상승세로 나타났는데, 2019년 말 기준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154조원으로 2018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였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한국 부자'를 좀 더 세분화하여, 금융자산 10억원~100억원미만의 '자산가', 100억원~300억원미만의 '고자산가', 300억원이상의 '초고자산가'로 구분해 분석했다. 한국 부자의 91.5%는 ‘자산가’에 해당하며, 6.9%인 2만4000명이 ‘고자산가’, 1.8%인 6400명이 ‘초고자산가’에 해당됐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자산가’가 823조원, ‘고자산가’ 429조원, ‘초고자산가’ 901조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부자는 2018년 32만3000명에서 2019년 35만4000명으로 3만1000명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부자의 70.4%가 집중돼 있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의 부자수 증가폭이 크다. 서울 부자는 2018년 14만5400명에서 2019년 16만2400명으로 1만7000명이 증가했고, 경기 부자는 7000명, 인천 부자는 700명이 증가해 서울 및 수도권에서만 2만4700명이 증가했다.

서울에서 증가한 1만7000명의 부자 중 8000명이 강남 3구에서 증가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외 가장 많은 부자가 증가한 지역은 부산으로 2018년 2만3600명 대비 2019년 2만5400명에 1800명이 늘었으며, 대구 1200명, 경북 900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부자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금융자산을 보유한 초고자산가 부자의 분포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시 자치구별 '부 집중도 지수'를 살펴보았다. '부 집중도 지수'는 자치구별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총액 비중을 자치구별 부자수 비중으로 나눈 것으로, 1을 넘으면 부 집중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서초구, 종로구, 성북구, 용산구, 영등포구의 6개 구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의 집중도가 높게 나타났다.

한국 부자의 총자산 포트폴리오는 ‘거주주택’이 2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고가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거주주택 비중이 전년도 19.7%에 비해 6.4%포인트나 상승한 결과이다. 그 뒤로 ‘유동성금융자산’ 16.2%, ‘빌딩·상가’ 12.0%, ‘거주외 주택’ 10.4%, ‘예적금’ 9.3%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에는 ‘빌딩·상가’ 비중이 17.9%로 2위였고, ‘유동성금융자산’이 14.0%로 3위였으나, 빌딩·상가의 가치 하락과 시장 급변동에 따른 유동성자금 확대 보유로 두 자산의 순위가 바뀌었다.

자산종류별 보유율은 총자산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보유율 격차가 가장 큰 자산은 ‘빌딩·상가'로 총자산 50억원미만 부자 중 빌딩·상가를 보유한 경우는 24.7%인데 비해 50억원이상 부자는 60.1%로 35.4%포인트나 높은 보유율이었다. 총자산이 많을수록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는 빌딩·상가 투자를 선호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한국 부자들 중 80%는 거주 주택을 제외한 ‘거주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거주외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는 금융자산 규모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금융자산 30억원미만 부자 중 ‘일반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는 37.4%로 가장 높았고, ‘상가’ 36.6%와 ‘토지·임야’ 34.9%가 근소한 차이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금융자산 30억원이상 부자는 ‘상가’ 64.8%를 보유한 경우가 ‘일반 아파트’ 52.3%와 ‘토지·임야’ 50.0%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자들은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투자하고 있는 주식 종목이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30억원미만 부자는 투자하고 있는 종목이 ‘6개 이상’인 경우가 36.3%인 반면 30억원이상 부자는 53.6%가 6개 이상 투자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주식을 연단위로 장기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자산 30억원미만에서는 포트폴리오상 중·장기 투자의 비중이 75.3%인 반면 30억원이상에서는 80.7%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 부자들의 부를 늘리기 위한 성장동력의 첫번째는 ‘연간저축여력’이다. ‘연간저축여력’은 부자가구의 연소득에서 생활비와 세금 및 3대 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를 제외한 금액을 의미한다. 부자가구의 연간저축여력은 평균 7300만원으로, 월 600만원 이상이다. 총자산규모별로 차이가 커, 총자산 50억원미만 부자가구의 연간저축여력이 4870만원인데 비해 50억원이상 부자가구는 1억490만원으로 2.2배 가량 높았다.

두번째는 ‘종자돈’이다. 종자돈은 부자가 부를 늘리기 위한 초석으로, 이를 달성함으로써 이후 투자를 통한 소득이 본격적으로 일정 규모를 넘게 된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최소 규모의 종자돈은 5억원(중간값)으로 부자들 중 73.1%가 ‘5억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자들은 투자자산을 획득하거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총자산의 11.4% 정도의 부채를 활용하고 있다. 부채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자들은 총자산 50억원~100억원미만 부자들로 총자산대비 14.2%의 부채를 활용했고, 이외에 ‘100억원이상’ 부자의 13.9%가, 총자산 ‘50억원미만’ 부자의 9.4%가 부채를 활용했다.

자산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네번째는 ‘저축여력대비 투자자산분배 전략’이다. 총자산규모가 커질수록 부동산투자자산의 투자 비율이 더 높았다. 금융자산 30억원미만 부자의 경우 부동산투자자산이 금융투자자산에 비해 낮은데, 30억원~50억원미만 부자와 50억원이상 부자는 부동산투자자산이 금융투자자산에 비해 높았다.

축적한 자산이 적은 초기에는 금융자산중심의 투자자산분배가 나타나다가 어느정도 자산을 축적한 이후로는 부동산자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자들이 꼽은 향후 장기적으로 유먕한 금융투자처는 ‘주식’이 61.6%로 가장 많았고, 연금, 변액, 변액유니버셜 등의 ‘투자·저축성 보험’이 28.0%, ELS나 DLS가 포함된 ‘펀드’가 26.8%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부자의 변화에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월 가구소득감소를 경험한 부자는 30.5%였다. 소득감소를 경험한 부자가구는 가구의 월소득에서 평균 21.3%의 감소율을 나타냈으며,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소득 감소율은 적었다. 금융자산 30억원미만 부자는 평균 22.0%를, 30억원이상 부자는 평균 18.3%의 소득 감소율이 나타났다.

소득감소가 큰 부분은 ‘근로·사업소득’으로 94.3%가 감소를 경험했다고 응답해 가장 영향이 큰 영역이기는 했으나, ‘금융소득’에서의 감소를 경험한 경우가 44.3%, ‘부동산임대소득’에서의 감소 경험 28.7%도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4명 중 1명의 부자가 종합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손실을 경험한 부자들의 평균적인 손실률은 14.2%였다. 반면, 코로나19에도 6.5%의 부자들은 종합자산가치가 상승했으나,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2.9%로 손실률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은 2020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가 자산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종합자산가치에 변동이 있는 부자들 중 가치 상승을 경험한 부자들은 주로 ‘주식’, ‘상가’, ‘아파트’에서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적절한 종목을 선택해 투자함으로써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 영향으로 상가 및 아파트에서 수익이 발생한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