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중고차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현대차는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판매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고차 매매업은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하지만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된 분야이다.

기존에 SK엔카를 운영하던 SK그룹이 대기업으로는 안정적으로 ㅅ 사업을 진행했지만, 외부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사업을 매각하기도 했다.

작년 초 중고차 매매업 지정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에 대해 작년 11월 부적합 의견을 냈다. 

최종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매출이 수조원에 달하는 수입차 업체는 대부분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만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도 시장을 개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고차 매매업은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 모델에 대한 가치를 지키고 경쟁력을 유지시켜 브랜드 전체적인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소비자들도 신차를 구입할 때에도 자동차의 기간에 따른 감가와 잔존가치를 평가하여 구입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놓칠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2017년식 제네시스 G80 가격은 신차 대비 30.7% 떨어졌지만,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벤츠의 E클래스는 25.5%, GLC는 20.6% 낮아졌다.

2017년식 현대차 쏘나타는 45.7% 떨어진 반면에 BMW3 시리즈는 40.9% 하락하며 잔존가치 유지에 차이를 보였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매매업을 진행하게 되면 품질 평가/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영세한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이 진출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면 중고차 매매규모와 보유 물량의 차이가 큰 영세업자들은 고사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동차 브랜드 가치 상승과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중고차 사업 진출이 긍정적이지만, 영세기업과의 상생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와 보호를 할 수 있을 지 현대자동차의 고민이 크다.

중기부에서는 이를 조율하기 위하여 상생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중고차 매매업이 추진되고 진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