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건희 사건 ‘무죄 판결’ 인물이 이재용 사건 수사심의위 수장 논란...김영희 변호사 "공정성 훼손" 비판
과거 이건희 사건 ‘무죄 판결’ 인물이 이재용 사건 수사심의위 수장 논란...김영희 변호사 "공정성 훼손" 비판
  • 황경진 기자
  • 승인 2020.06.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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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 변호사 "에버랜드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이 부회장의 삼성지배권 불법승계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 일갈

[월드경제신문=황경진 기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방식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장부 조작 같은 여러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적절한지 외부 전문가가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열린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문화·예술계에서 위촉된 150~25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15명을 무작위로 선정하게 된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진 않고 사건의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하게 돼 있지만 대검찰청이 자체적으로 도입한 제도인 만큼 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는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그런데 현재 수사심의위원장이 양창수 전 대법관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양 위원장이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사건에서 무죄 의견을 낸 전력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인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1996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 등에게 헐값으로 넘겨 에버랜드에 약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을 판결한 대법관 11명 가운데 무죄 의견을 낸 6명 재판장에 양 위원장이 포함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해당 사건 재판부의 주심이었던 김지형 당시 대법관은 현재 삼성의 준법감시위원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과거 삼성 관련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양 위원장이 수사심의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희 변화사가 자신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캡처.
김영희 변호사가 자신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캡처.

김영희 변호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불법에 대해 엄단해야 할 자가 죄가 없다고 봐주는 것도 공범이다”고 전제하고 “특히 사법부, 검찰이 재벌과 거대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해 무죄판결, 불기소처분을 통해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고 거대범죄가 반복되게 만든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법권과 수사권,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범적 지위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던 사건들이 많았다”면서 “양창수 전 대법관이 에버랜드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지배권 불법승계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양창수 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참여를 강행한다면 그 자체로 수사심의위원회의 공정성은 훼손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통합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당시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약 23%를 갖고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기 때문에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두 회사의 합병 조건에서 이 부회장이 주식을 가진 제일모직의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3배 높게 평가되는 등 합병비율이 결정되는 과정에 수상한 점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배회사인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