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 사고 공장 지난해까지 환경허가(EC) 받지 않고 불법적 운영 의혹 제기
13일 ANROEV“인도, 2006년부터 공장 등 운영 앞서 영향 평가 등 환경허가 요구”
LG화학 "해당 지역은 EC 취득 대상 아냐...현재 EC 신청해 심사 받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 여수공장 전경(사진제공=LG화학)

[월드경제신문 김창한 기자]지난 7일(현지시간) LG화학의 인도법인인 LG폴리머스 인도 공장에서 스티렌(styrene) 가스가 유출되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이 잠들었던 새벽 3시경에 일어나 인명 피해가 컸다. 이 공장은 인도 남부 비사카파트남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까지 12명의 지역주민들이 사망하고 수천명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가 앞으로 사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공장에서 유출된 스티렌은 플라스틱, 포장용기, 스티로폼 등의 기초원료 사용되며 벤젠의 유도체이자 무색의 유성 액체로 피부와 눈의 가려움 및 상부 호흡기의 자극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해 스티렌을 백혈병 등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로 분류해 놓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지난해까지 환경허가(EC)를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LG폴리머스가 2017년 12월 생산량 확대를 위해 EC를 신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지난해 5월 공장 확장을 위해 당국에 제출한 한 신청서에 EC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2006년부터 공장 등을 운영 시 환경 오염 가능성 조사 등을 받고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 산재 환경 피해자 네트워크 안로브(ANROEV)는 13일 논평에서 “인도는 2006년부터 공장 등을 운영하기에 앞서 영향 평가 및 오염 관련 연구, 지역사회와의 협의 및 환경오염 가능성 조사 등을 받고 환경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해당 지역이 EC 취득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가디언의 해당 보도와 관련해 2006년 이전부터 설치 및 운영 등 환경 관련 인허가를 받은 상태라며 환경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현재 EC를 신청해 현재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 “화학물질 여수로 옮긴다”
 
LG화학은 인도 법인 공장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사고 물질인 ‘스티렌’(재고 전량 1만 3000t)을 한국으로 옮긴다고 12일 밝혔다. 
 
YS 자간모한 레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주총리가 스티렌의 한국 반송을 명령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화학은 스티렌 재고를 전남 LG화학 여수공장으로 옮긴다는 계획하에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8명으로 구성된 인도 현장 지원단을 파견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인도 현지 경찰은 독성물질 관리 소홀 등 혐의로 LG 폴리머스 경영진을 입건한 상태다.

인도환경재판소는 LG폴리머스인디아 측에 5억루피(약 81억원)를 공탁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인도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1984년 12월 3일, 현지 중부지역인 보팔에 위치한 미국 국적의 유니언카바이드 사(현재는 다우케미칼)의 살충제 제조 공장에서 독성 화학 물질(MIC, 아이소사이안화 메틸)이 누출돼 50만명의 사람들이 노출되고 공식 집계 상 2250명이 사망한 참혹한 환경 및 산업 재해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06년 제출된 인도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가스 유출로 인해 3만 8478명의 경상자와 3900명의 중증장애자를 포함, 모두 55만 8125명의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ANROEV에 따르면 그 후 사고를 일으킨 회사와 관계자들은 형사처벌되지 않았고 희생자들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으며 사고발생 지역은 오염된채로 방치돼 있다. 

ANROEV 관계자는 “유해가스 유출과 COVID19 대유행이라는 이중 비극을 극복해야 함과 동시에 일자리, 안전한 직장과 환경을 위해서 LG공장 인도 현지의 피해주민들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LG는 이번 인도공장 가스 유출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인도주민 사상자에 대한 대책과 인도공장 주변지역의 오염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LG가 말해온 글로벌스탠다드다”고 강조했다. 

ANROEV는 이번 사과와 관련 LG화학 본사 및 관련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과 작업장 안전 시스템과 지역사회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