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왕복 16차선의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충분한 횡단보도 초록불 시간이 주어져도 한번에 건너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보행약자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시간에 상관없이 긴 거리가 부담스럽고 한번에 건너지 못 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자 만든 것이 보행섬이다. 

보행섬은 길이 많거나 복잡한 도로내에 설치하거나, 횡단해야 하는 도로가 너무 길어 한번에 건너기 어려울 때 중간에 안전하게 있을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장소이다.

보행섬에는 안내표지판을 통해 보행횡단 시 중앙보행섬에서 잠시 대기하신 후 2번에 횡단하라는 안내문구가 있지만, 넓은 도로의 신호대기가 오래 걸린다는 이유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로 한번에 보행하려는 사람들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한번에 건너지 못 하게 하기 위해 도로 중간에 보행섬을 만든 뒤 횡단보도를 엇갈리게 배치하고 신호등도 따로 작동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신호체계를 역이용한 무단횡단 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교통전문가들은 2단 횡단보도 설치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횡단거리가 먼 보행섬을 피해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로 사거리의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만든 교통섬(보행섬)은 버스 등 대형차의 회전반경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교차로 교통섬 내 보행 대기 공간이 좁아 빈번한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지역이다.

여기에 교통섬에 야광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야간운전 시 보행자가 보이지 않아 사고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광시설물도 한쪽 방향에서만 볼 수 있도록 설치된 경우도 많아 그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보행섬은 얼핏 보면 보행자를 배려하여 만든 안전구역으로 보이지만, 차량위주로 설계된 도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임시방편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로와 교통법규가 아직은 운전자와 자동차 중심으로 정해져 있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장치와 법규는 이제부터라도 보행자와 사람 중심으로 바뀌면 좋겠다. 아니 꼭 바껴야 한다.

그리고, 운전자는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하고, 도로 위에는 나의 가족이 다닌다는 생각으로 보행자를 조금 더 보호할 수 있는 안전운전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