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서민금융상품 채무자 중 47.2% 서민금융받고도 추가대출 받아
추가대출건 중 57% 제2금융, 추가대출금액 중 70% 저축은, 대부업에서 받아
제윤경 “서민금융, 서민들 대출 종착지 되지 못하고 있어 복지확대 필요”

▲자료제공=제윤경 의원실

【월드경제신문 류관형 기자】최근 서민금융 상품을 받은 채무자 164만3381명 중 77만4966명가 서민금융상품을 받고도 최소 1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KCB,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서민금융 상품을 받은 채무자 164만3381명 중 77만4966명(47.2%)가 서민금융상품을 받고도 최소 1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을 받은 사람 중 절반가량은 대출이 추가로 필요해 또다시 고금리 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은 사람도 25만 명(15.5%)에 달했다. 추가대출금액의 70%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4대 서민금융상품은 고금리를 저금리 대출로 대환해주는 바꿔드림론을 비롯해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 힘든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을 말한다.

바꿔드림론은 연 20% 넘는 고금리를 10% 안팎의 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으로 지난 2008년 말 출시됐지만, 초반에 무분별하게 대출이 진행됨에 따라 현재 대위변제율(채무자가 빚을 못 갚아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이 28.5%에 이를 정도로 상환율이 좋지 않아 올 10월부터 대환상품인 ‘햇살론17’로 대체돼 새롭게 관리한다.

문제는 정책금융상품의 근본적인 목표대로 중‧저신용자, 저소득 서민들을 위해 서민금융 상품이 대부업 등 고금리나 불법사금융, 사채 등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결국에는 서민금융상품만으로는 자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고금리 시장에 다시 진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금리 시장의 대출을 갚기 위해 정책금융상품의 대출금을 돌려막기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서민들의 고질적인 생활비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악순환에 빠진다는 문제가 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바꿔드림론의 경우 전체 채무자 2만2264명 중 1만6098명 72.3%가 추가대출을 받았고, 31.3%는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았다. 실제로 바꿔드림론은 4대 정책금융상품 중에 부실률이 28.5% 가장 높아 관리가 요구되는 상품이다. 바꿔드림론 추가대출자 중 92.2%는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여신 캐피탈 보험 저축은행 대부업)에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희망홀씨의 경우 전체 채무자 77만 4479명 중 30만3065명(39.1%)가 추가대출을 받았고, 9만453명(11.7%)은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았다. 햇살론의 경우 전체 채무자 75만9565명 중 42만 4410명(55.8%)가 추가대출을 받았고, 4건 이상 추가대출자는 15만1104(19.9%)였다. 미소금융 전체 채무자 8만7073명 중 3만1393(36%)가 추가대출을 받았고 6052명(7%)은 4건 이상 추가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윤경 의원은 "정부와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상품 채무자 실태에 대한 분석도 없을뿐더러, 기존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면밀한 반성과 분석 없이 매년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서민금융상품을 받은 채무자 중 절반이 추가 대출이 유발된 상황에서 서민금융상품을 무작정 늘리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빚내서 집 사라’를 외쳤던 지난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다른 채무자 맞춤형 상담을 통한 복지 확대와 완전한 경제적 재기지원, 자활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바꿔드림론의 높은 부실률 문제와 추가대출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 위원회는 바꿔드림론 대위변제자의 사후관리에 대해 주문한 바 있으나 여전히 그 어떠한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월 말 기준 바꿔드림론 대위변제자 총 9만7000명(7975억 원, 대위변제율 28.5%)이며, 이후 이들은 개인회생 43.7%, 자체채무조정 16.9%, 파산·면책 8.9% 등으로 간 반면 신용회복위원회의 추가적 조치를 통한 채무조정은 1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 컨트롤타워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년 서민금융에 대한 기초적 데이터도 구비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NICE와 KCB 등 신용정보집중기관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데이터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윤경의원에게 제출한 바에 따르면 바꿔드림론 채무자 중 70%가 4건 이상의 추가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올해에는 채무자 중 30%만이 4건 이상의 추가대출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자료를 수정하는 등 데이터 검증 체계도 없어 자사의 불리한 통계에 대한 왜곡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윤경 의원은 “추가대출 현황은 신용조회사에 요구하면 충분히 받을 수 있던 자료인데, 기초적 자료의 분석없이는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며 “추가대출 현황은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빚의 굴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적 재기지원이 요원하다는 강력하고 위험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