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종편 유감
[社說] 종편 유감
  • 월드경제신문
  • 승인 2019.04.0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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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오 본지 부회장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 일반적으로 이를 줄여서 ‘종편’이라 부른다. 프로그램 공급자인 종편은 각 지상파처럼 보도, 오락, 교양, 드라마, 스포츠 등을 두루 다 송출한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지상파와 별반 차이를 못 느낀다.

2011년 12월 4개 종편이 첫 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여가 흘렀다. 2017년말 기준 JTBC 등 일부 종편은 시청점유율에서 지상파인 SBS 시청점유율보다 높아졌다. 지상파는 공중파를 이용하지만 종편은 케이블 방송 및 위성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송출 규모면에선 이미 그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다.

종편 허가 당시에도 방송채널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그럼에도 허가를 내준 탓에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한계에 봉착한 방송시장으로 인해 한두 곳만 남고 버티질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지적을 고려해 당국은 허가 당시 종편을 의무허가송출채널 지정 및 중간광고 허용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동시에 15번~20번의 황금채널을 배정했다. 오랫동안 5번~13번 채널에 익숙한 시청자는 바로 뒤에 연결된 종편 채널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었다. 이것이 종편의 연착륙을 가능케 한 큰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지상파 방송의 뉴스 보도를 보면 종편의 보도 스타일인 진행자와 패널과의 문답식 형태가 매우 많이 늘어났다. 특히 오후 낮 시간대엔 지상파도 이슈 위주로 상당시간을 할애(1~2시간)해 대담프로 형태의 진행이 일반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종편의 인기가 무서울 정도로 커졌다는 반증이다. 지상파와 종편 간에도 시장의 경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어느 국가이든 공정한 보도가 그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현재 종편의 갖가지 보도 행태나 패널의 독점적 편중화 현상 등은 다면적 사회의 여론이 왜곡될 가능성을 배태(胚胎)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최근 들어 종전에 종편에만 나오던 패널들이 지상파 등에 대거 나오는 것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엔 20여명도 채 안 되는 패널들이 지상파나 종편에 독식하다시피 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들의 의식이나 성향이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할 수밖에 없다.

종편 초창기 때 패널로 활약했던 유명한 논객, 정객들은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 본인이 특정 정당의 당원임을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몇몇 패널은 각 종편 시사프로에 돌아가며 매번 출연한다. 그 빈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정도다.

사실 일부 패널들은 본인의 국회의원 출마나 지자체 선거에 나서려고 얼굴 알리기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일정기간 출연하다가 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이 패널들이 본인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등 다방면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패널의 성향에 따라 특정 사안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 우려도 크다.

종편이 많다 보니 예전에는 뉴스로 크게 다뤄지지 않을 만한 가십성 내용도 수십 차례 반복해 보도되기도 한다. 시청률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심이 든다. 이러니 한번 잘못 걸리면 신상 털기로 인해 인격이 매장될 정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올바른 저널리즘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보도 행태에 환멸을 느껴 일부 시청자들은 종편을 외면하고 유튜브로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신거리가 중요 뉴스로 둔갑하거나 편파적 보도, 왜곡 보도, 가짜 뉴스가 버젓이 뉴스화 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국민의 여론을 왜곡시켜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한편 미디어법 통과를 주도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우리가 이러려고 종편을 만들었나.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런 말이 안 나오게 방통위나 관련 단체, 종편 당사자 등이 심각히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치열한 각성이 없이는 뉴스 보도의 품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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