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경영연구소, '2018 한국 부자 보고서' 발표
한국 부자의 서울 및 강남3구 비중이 감소하며 지역적 편중 현상 약화 지속
부동산자산 비중 2년 연속 상승했으나, 향후 전망은 지역별로 큰 시각차
암호화폐에 대한 향후 투자 의향이 매우 낮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 증대

【월드경제신문=류관형 기자】글로벌 및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며 한국 부자의 증가 추세는 이어졌으나, 미국 금리인상 기조, 글로벌 무역 분쟁 심화, 신흥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자산을 보다 안정적,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의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경영연구소는 지난 2011년부터 한국 부자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6일 '2018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및 기타 실물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한국 부자는 2017년 말 기준 27만8000명으로 전년(24만2000명) 대비 15.2%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부자수 및 금융자산은 지난 2013년 16.7만 명, 369조 원에서 2017년 27.8만 명, 646조 원으로 평균적으로 매년 약 10%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만2000명으로 전국 부자수의 43.7%를 차지하고, 경기가 21.3%(5만9000명), 부산이 6.6%(1만9000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부자수 비중은 2013년 47.3%에서 43.7%로, 부산은 7.6%에서 6.6%로 감소한 반면, 경기도는 19.3%에서 21.3%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내 강남3구의 비중도 2013년 37.5%에서 35.6%로, 경기도의 부자수 상위 3개시(성남시·용인시·고양시) 비중도 같은 기간 45.2%에서 42.2%로 하락하는 등 특정 지역의 쏠림 현상은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국 부자의 자산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비중이 총자산의 53%로 금융 및 기타자산에 비해 부동산에 다소 치우친 자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2년 이후 부동산자산 비중은 하락하고 금융자산 비중은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됐으나, 2017년 들어 부동산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부동산자산 비중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의 경우 거주용 부동산 비중이 46%, 빌딩/상가, 투자용 주택, 토지 등 투자용 부동산은 5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부자 중 85.5%가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유형별로는 상가(48%), 토지·임야(42%), 일반아파트(35%), 오피스텔(27%), 재건축아파트(11%) 순으로 높았다.

향후 1년 간 국내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긍정 응답(25.5%)이 부정 응답(21.5%)보다 높았지만, 서울·수도권 부자의 경우 부동산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중(31%)이 부정적으로 보는 비중(16%)을 상회하는 반면, 지방 부자는 부정 응답(37%)이 긍정 응답(10%)보다 높아 지역별로 시각차가 컸다.

한국 부자는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현금·예적금 51%, 투자·저축성보험 16%, 주식 12%, 펀드 11%, 신탁·채권 등 기타자산 10%로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 하락으로 주식 비중이 크게 감소한 반면, 현금·예적금 비중 증가를 통해 안정적 수익 및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펀드 등 간접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향후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유망 투자처로 ‘국내 부동산’ 응답 비중(29%)이 가장 높아 부동산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나 전년(32%) 대비 감소했고, ‘향후 부동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전년 대비 상승(69%→73%)한 점 등을 볼 때 부동산 투자 의존도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국내외 주식 등 직접투자에 대한 기대는 전년 대비 감소한 반면, 국내펀드와 신탁 등 간접투자에 대한 응답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 투자 의향이 전년(17%) 대비 약 22%p 상승, 새로운 고수익 투자처를 찾으려는 의향이 커지고 있다.

한국 부자의 자산관리 행태와 관련해 시장의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정해주는 ‘리밸런싱’을 주기적으로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2%에 불과, 정기적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세금 납부액이 재무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60%를 상회하며 전년 대비 상승, 세금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처분의 주요 사유로 ‘세금 부담’을 꼽고 있으며, 가업승계 시 걸림돌로 ‘세금 부담’의 응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세금 문제는 부자들의 자산관리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속·증여에 대한 인식과 관련,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응답이 24%로 전년 대비 증가, 자산 이전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재산의 ‘전부 사전 증여’ 비중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전부 사후 상속’ 비중은 감소, ‘사전 증여’를 통해 적합한 시점을 선택해 자산을 이전하려는 니즈가 커졌으며,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 사회 환원’ 비중도 증가했다.

손자녀를 상속·증여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전년(12%) 대비 11%p 상승, ‘세대생략이전’ 선호도가 높아졌다.

개별 투자자산별로 한국 부자들의 생각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작년 '한국 부자와 부동산'에 이어 올해는 '한국 부자와 주식 투자'를 심층 분석했다. 주식을 보유 중인 부자의 주식 총 평가액은 평균 3.6억 원으로, 주식 보유 일반 투자자(KB금융지주 설문조사)의 3400만 원 대비 크게 높았다.

한국 부자는 주식의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는 성장주 투자 비중이 62%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인 가치주(42%) 대비 투자 선호도가 높았으며, 중소형주(33%)보다는 대형주(48%)의 투자 비중이 높았다.

주식 시장별로는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비율(77%)이 코스피 시장 투자 비율(76%)을 상회,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조사시점 기준 직전 1년간 코스닥 지수 증가율은 40.4%로, 코스피 지수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암호화폐에 현재 투자 중인 한국 부자의 비중은 4%로 일반 투자자 대비 낮으나, 과거 투자 경험자를 포함할 경우 암호화폐 투자 경험률(24%)은 오히려 일반 투자자(14%)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향후 암호화폐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한국 부자의 비중은 2%에 불과, 암호화폐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투자 의향은 전 세계 고자산가 중 29%,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고자산가의 52%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결과[1]와 비교할 때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 부자 보고서’는 자체 개발된 추정 모형을 활용한 지역별 부자수 산출과 특정 금융기관에 국한되지 않은 전체 고자산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 부자에 대한 심층적 인식을 담아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