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철수설(說)이 또다시 불거진 가운데 한국GM 노사가 7일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상견례를 가졌다. 한국GM의 작년 임금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다 해를 넘겨 지난 1월에서야 간신히 타결됐다.

이 과정에서 25차례나 교섭이 이뤄졌으며, 다섯 차례 파업도 벌어졌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던 한국GM 노사가 작년 임단협이 타결된 지 한 달 만에 머리를 맞대고 올해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다. 노사가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철수설의 재점화는 외신들이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사업과 관련,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사업을 하기 위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바라 CEO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GM이 최근 한 달간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던 군산공장을 8일부터 다시 가동을 중단키로 한 점과 맞물리면서 철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더구나 GM이 2002년 대우차 인수 당시 약속한 ‘15년간 경영권 유지’ 기한마저 작년 10월 16일로 끝났다는 점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GM의 철수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GM이 최근 4년간 떠안은 적자 규모만 해도 2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한국GM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2.2%나 감소한 52만4547대였다. 내수는 26.6%나 감소했고, 수출 또한 5.9%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말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GM의 소형차 전진 기지로서의 한국G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속적 투자 계획도 밝혔다. 이것이 주효해 철수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랬던 것이 이번 바라 CEO 발언으로 철수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GM의 행보를 보면 한국에서의 철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유럽사업 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러시아 생산 중단 및 축소, 계열사 오펠 매각, 인도 내수시장 철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 최근 3년간 단행한 GM의 결정만 보더라도 바라CEO 발언이 갖는 무게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계속된 적자를 감수할 기업은 없다. 구조조정을 하거나 폐업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한국GM은 이러한 일을 지난 2002년 인수 과정에서 이미 겪었다.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또다시 형극(荊棘)의 길을 걸을 가능성만 높아진다. 한국GM에서 근무하는 1만6000명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 30만명의 생존권도 보장받기 어렵다. 한국GM 노사의 올해 임단협을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