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올해 최저임금은 전년의 6470원보다 16.4%나 인상된 7530원이다. 그 여파가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식당들이 가격을 줄줄이 올려 서민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임금 상승에 따라 알바를 내보내면서 일자리 또한 줄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과 추진 방향은 그른 것이 아니다. 빈부 격차를 줄이는 일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계속 심화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의(善意)가 담긴 조치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원 임기 3년 내 달성이라는 목표는 애당초 다양한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마치 1만원을 달성하면 최저임금을 다시는 올리지 않을 것 같은 인상마저 주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다. 옳지 않다.

어차피 최저임금은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늘어나면 그것과 연동해 인상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은 상징적 금액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닌 것이다.

사실 어느 정권이든 추진하는 모든 정책에는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 현행 헌법상 5년 단임인 대통령이 임기 내 모든 공약을 실현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공약은 장기에 걸쳐 성과를 내기 마련이다.

임기 내 밀어붙여 논란을 불러온 대표적 사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금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내에 끝내려 한꺼번에 추진하지 않고 한 곳씩 순차적으로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지금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논란은 대폭 줄었을 것이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그 사업 자체가 중단될 것을 우려해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4대강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지금도 지불하고 있지 않은가.

문 대통령의 임기도 어차피 5년이다.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렸다고 나머지 임기 2년 동안 최저임금을 동결하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제 주체들의 다양한 활동에 따라 물가가 오르고 소득도 오르면 최저 임금은 그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은 1만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정권을 잡기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구호를 임기 3년 내에 달성하겠다면서 전후 사정도 살피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돼 오지 않았는가.

연초부터 서민 물가가 오르고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모든 정책은 적정한 속도로 추진할 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임대료 인하 등 이것저것을 내놔 봐야 또 다른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