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28일로 시행 1년을 맞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기업 접대비가 줄었다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한우나 화훼, 굴비 등으로 생업을 삼고 있는 농어촌은 매출 감소로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아우성 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대목을 맞았음에도 매출이 살아나지 않아 깊어지고 있는 농어촌의 시름을 헤아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더 잘 알려진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밥을 사주거나 선물을 하지 말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직자에 대한 법 시행 이후 촌지나 선물을 주는 관행은 많이 사라졌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그만큼 투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도 금액이 정해지다보니 그 금액까지는 괜찮다는 의식이 만연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본래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도 금액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이다. 이 금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개정론자들의 주장이다.

사실 5만 원으로는 웬만한 과일 한 상자도 사기 어렵다. 한우나 굴비 세트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꽃 소비가 대폭 줄어 문을 닫는 꽃집이 늘어나기도 했다. 이렇듯 농어촌의 생존마저 위협 받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한도 금액 조정을 검토하기고 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회에서도 농어촌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한도 금액을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청탁금지법상 한도 금액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한도 금액 상향이 어렵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어렵사리 정착되고 있는 투명한 사회 분위기를 과거로 회귀시키는 것은 사회적 갈등의 새로운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현실은 고려하되 법 취지를 살려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여야도 국민의 뜻을 헤아려 농어촌과 도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그것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