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 기술을 가로채는 대기업에 대해 손해액의 3배를 배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보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난 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갖고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우리 산업 생태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유용을 방치하다간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유용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을(乙)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이 망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갑(甲)인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 유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음을 이용한 것이다.

더구나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들에게 원가 등 경영 정보까지 요구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윤만을 지급하기 위해서다. 이러니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산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공정위가 ‘무관용 원칙’까지 거론한 것은 현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자본주의 탄생지인 서구에서는 전통적 자본주의가 가진 자에게 더 많은 부(富)를 안겨줘 계층 간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포용적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심한 소득 격차 확대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경제적 생태계를 스스로 파괴하지 말고 복원시켜 나가지는 뜻이 담겨 있다.

대기업들은 공정위가 추진하겠다는 이번 대책에 불만을 갖기보다는 절제를 잃은 자본주의가 어디로 갈 것인지 냉철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상생을 고려하지 않는 이윤 추구는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대기업 자신에게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만 최대한 추구한다면 소비가 이뤄지는 시장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