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살충제 계란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산란계 농장을 전수 검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조차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살충제는 피프로닐, 비펜트린,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 피리다벤 등 5가지나 된다. 잊힐만하면 계속되는 먹거리와 관련된 사태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성화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기동민 국회의원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도 한국소비자연맹이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계란이 유통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럽에서 살충제 파문이 확산되고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혼선을 빚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류영진 처장이 “국내산 달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안심하고 드셔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그러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결과적으로 먹거리 안전을 다루는 주무 기구의 장이 국민을 속인 셈이 됐다.

이렇듯 사건이 발생하면 혼란이 가중되는 이유는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 놓고도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살충제 계란에서 발견된 비펜트린의 경우를 보면 잔류 허용 기준이 마련된 것이 2004년 3월이었다. 무려 13년 전이다. 그럼에도 비펜트린에 대한 잔류 성분 검사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서류로만 존재하는 기준인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 파문을 일으킨 피프로닐은 계란 잔류 허용 기준조차 마련해 놓지 않았다.

먹거리와 관련된 파문은 한 번 발생하면 그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확인됐듯이 연관 산업에 대한 여파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 인증 제도에 대한 재점검도 해볼 필요가 있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먹거리 정책에 대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계기돼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