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관광업계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이 99만8000명이었다고 한국면세점협회가 최근 밝혔다. 국내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이 100만명에 미달한 것은 지난 2015년 7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처음이다. 월간 외국인 이용객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8월에는 190만명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특사를 보내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중국은 사드 철수만을 요구하고 있다.

사드가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중국의 이러한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 반대를 이미 수차례 내뱉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관행으로 볼 때 중국이 최고 지도자가 한 말을 그들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없이 철회한 경우는 유래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니 관광업계의 시련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우리 관광산업은 과도하게 유커에 집중해 왔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를 인접한 우리나라가 흡수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한 나라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관광산업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사드가 이를 증명한다. 한때 유커(遊客·중국 단체 관광객)는 우리 관광산업의 호황기를 상징하는 말이었지만 이들이 썰물처럼 빠진 지금 우리 관광업계는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제 중국만 바라보는 전략으로는 관광산업의 도약은 어렵다는 사실이 확연해졌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각을 보다 넓게 가져야 한다. 유커가 줄어들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와 중동의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1인당 1억5000만원짜리 초고가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는 5000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테마를 개발한다면 얼마든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먹고 마시는 관광은 그 한계가 뻔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익숙한 것만 찾는 것은 아니다. 알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은 얼마든지 있다.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우리 관광산업은 질적 도약을 할 수 있음을 정부는 물론 관광업계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