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대표발의

【월드경제신문 류관형 기자】국내 재벌개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조사권도 부여하고 재벌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책임부서를 신설해 강력한 경제검찰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14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압수 수색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제윤경 의원을 비롯해 김상희, 민병두, 박남춘, 박용진, 소병훈, 오제세, 우원식, 윤관석, 이정미 등 10명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제윤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법상 공정위가 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는 기업의 의사에 반해 실시할 수 있는 강제조사가 아니라, 기업의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임의조사에 불과해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업들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공정위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2005년 이후에만 17건의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지만 과태료만 부과되었을 뿐 검찰 고발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사무환경의 디지털화와 정보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기업 정보와 자료가 전산화돼 있는데, 기업이 전산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거부할 경우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전산자료는 쉽게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임의조사에 의해 입수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담합이 적발될 경우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고의적으로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해 증거를 파기할 유인이 충분히 존재한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공정위의 조사권한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담합 사건은 법무부 소관이라 당연히 강제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예비조사 이후 확보된 자료가 미흡할 경우 실시하게 되는 본조사는 강제집행 명령을 신청할 수 있어 강제조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

EU나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경우에도 경쟁당국은 강제조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나 국세청 등 다른 감독당국도 조사의 실효성 제고와 사전예방 차원에서 압수수색권을 도입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재벌대기업의 계열사 간 부당지원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1999년부터 금융거래정보를 금융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쳐 일몰시한이 연장됐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에는 담합에 한해서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압수수색권을 부여하려고 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제윤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담합·부당지원행위·일감몰아주기 등의 조사에 한해서 검사가 청구한 영장을 발급받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제 의원은 "담합사건 조사의 경우 필요한 증거를 적기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조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하면 공정위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에 공정위가 '재벌의 저승사자' 로 불리던 시절에는 막강한 조사국도 있었고, 금융거래정보요구권도 있었는데 지금은 재계 요구로 다 없어져 ‘이빨 빠진 고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강력한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다른 선진국처럼 공정위에 강제조사권도 부여하고, 재벌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기업집단국’도 신설해 강력한 경제검찰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 의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