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PB손님 설문, 부자들의 자산관리·경제습관 등 분석

【월드경제신문】우리나라 부자들은 스스로 부자로 불리기에 충분한 규모의 부를 가졌다고 평가할까?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산관리 형태 및 경제습관 등을 분석한 '2017년 Korean Wealth Report' 를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국내 부자들의 자산관리 형태 및 경제적 특징, 트렌드 변화 등의 연구를 위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2007년부터 매년 “Korean Wealth Report” 를 발간해 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KEB하나은행 프라이빗뱅커(PB) 손님 중 총 1028명의 설문 내역을 분석한 결과이며 특히 기존의 PB손님 외에 PB담당 직원들의 서베이도 병행 실시해 비교 분석한 점이 이번 보고서의 특징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부자들의 올해 이후 경기에 대한 전망에 대해 실물경기와 부동산경기 모두 대체로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향후 5년간 실물경기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부자들의 42%는 완만하게 혹은 빠르게 침체될 것으로 48%는 현 상태로 상당기간 정체, 10%는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은 직전조사 결과인 26%에 비해 상당히 상승한 수치다. 특히 부동산경기에 대한 전망의 경우 과반수 이상인 56%의 부자들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해 실물경기보다 더욱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직전 조사 34%). 이는 PB들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PB들의 40%는 실물 경기 침체, 66%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과반수(47%)에 가까운 부자들은 현재의 자산구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의 의지는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산구성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힌 부자들의 경우, 부동산 비중 축소 및 금융자산 비중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부자들은 약24%로 금융자산 비중을 낮추는 대신 부동산 비중을 높이겠다고 응답한 부자(12%)의 약 2배였다.

이러한 부자들의 계획은 PB들의 의견과 다소 상충된다. 대다수의 PB들은(89%) 2017년 자산 구성을 적극적으로 변경하거나 (43%), 자산 구성은 유지하되 투자내용을 바꿀 것(46%)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산구성 변경을 추천하겠다는 PB들의 대부분은 부동산 비중을 감소시키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증가시키도록 추천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부자들은 다소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반영해 기대 투자수익률의 눈높이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6년 부자들의 투자실적은 다소 저조했는데, 평균 투자수익률은 약 3%로(중위값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경험했다고 답변한 부자들은16% 수준이었다.

부자들은2017년 목표수익률을 평균(중위값 기준) 5%로 설정했으며, 분포도를 살펴보면 5% 전후에 상당비율 몰려있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부자들의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을 살펴보면, 부동산 자산 49.8%, 금융자산 50.2%를 보유, 직전 조사대비 부동산 비중이 2.7%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살펴보면, 2016년에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예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을 증가시켰다.

직전 조사결과 대비 예금 비중은 24%에서 27%로, 현금 및 단기성 금융상품 비중은 11%에서 14%로 각각 증가한 반면, 주식 비중은 19%에서 13%로 6%p 감소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기에 안전자산 및 단기 상품으로의 투자 비중을 확대시킨 것으로 보인다.다만 100억 원 이상 보유한 초고자산가의 경우 예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은 29%인 반면 주식, 펀드·신탁 비중은 54%로 높게 나타났다.

◇올해 부자들의 자산관리는 ELSㆍELT 선호 지속, 예금 및 외화자산 선호 증가

그렇다면 올해 부자들이 투자할 계획인 금융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부자들의 선호 1순위는 지수연계증권(ELS) 및 지수연계신탁(ELT)을 여전히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2순위는 단기 금융상품(1년 미만 정기예금, MMDA, CMA등)으로 불확실한 금융시장에 대비해 적정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3순위는 정기예금으로 직전 조사대비 선호도가 월등히 상승했으며, 다음으로는 외화예금으로 달러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선호도가 상승했다. PB들도 올해 부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금융상품 1순위로 ELS 및 ELT를 꼽았으나, 주식형펀드, 외화예금, 부동산·대체투자펀드 순으로 부자들의 선호와는 조금 달랐다.

부자들의 82%는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체 금융자산 중 평균 5%(중위값 기준)를 외화금융자산(주로 외화예금 64%, 달러구조화상품 14%, 달러ETF 9%)에 투자하고 있었다. 특히 금융자산 규모가 클수록, 연령대가 낮을수록 적극적으로 외화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투자계획과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으나(45%), 현재보다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32%로 비중을 줄일 계획이라는 응답(2%)에 비해 현저히 높은 응답률을 보여, 부자들의 상당수는 외화자산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투자 의사결정시 어떤 요인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을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투자 안정성(원금보장)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높은 수익률, 3순위로는 절세효과(세금혜택)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부자들의 투자유형을 분류해보면 안정추구형이 67%로 가장 다수였으며, 수익추구형 16%, 절세추구형은 10%로 나타났다. 100억 이상 초고자산가의 경우 안정추구형 비중이 79%로 가장 높았으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안정추구형 비중은 상승,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연령대 부자들이 원금보장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투자성향이 높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자들은 자산관리 및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시 주로 의논하는 대상으로 PB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43%), 다음으로는 배우자(25%)라고 응답했다. 반면 부자들의 26%는 혼자 판단해서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부자들은 투자의사결정시 PB들의 관여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응답했는데, 금융상품 선택과 운용전략은 PB에 대체로 의지하되(76%, 중복응답), 잘 모르는 상품은 투자하지 않거나(52%, 중복응답), 투자타이밍은 직접 결정(46%, 중복응답)하는 의사결정 패턴을 보인다고 응답했다.

다만 부동산의 경우, PB나 주변 지인보다 공인중개사(매입매각 부동산 인근, 혹은 평소 알고 지내던 공인중개사)의 전문적인 자문을 구하는 비율이 과반수 이상(53%)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스스로 부자로 불리기에 충분한 규모의 부를 가졌다고 평가할까?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금융자산 10억 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부자들은 금융자산을 최소 100억 이상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균도 100억 원(중위값)이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된 기준 또한 100억 원이었기에(응답률 46%), ‘100억원’은 부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응답자별로 본인 스스로 설정한 부자의 기준을 충족하는 부자는 15%에 불과했다. 반면 PB들이 응답한 부자의 기준은 금융자산 ‘50억원(중위값)’이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자의 기준보다 월등히 높았으나, 부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1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PB들의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부자의 21%가 부자에 해당한다.

부자가 되기까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PB들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약 49%는 부자들이 가업 또는 재산을 물려받아 현재의 부를 일구었다고 보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부동산 투자의 성공(30%)이 주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을 통해 자산을 일구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로 나타났다.

부자 가구당 월 평균 지출규모는 970만 원으로 통계청 월평균 가계수지 기준 일반 가계(342만 원) 보다 약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작년 월평균 지출 금액인 972만 원과는 지출 규모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들의 월 평균 소득은 2326만 원으로 소득 대비 약 42%를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강남3구 부자들의 월 평균 지출 규모가 1056만 원으로 다른 지역 대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고,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부자 886만 원, 수도권 914만 원, 지방 901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은 원금보장을 중시하는 안정추구형이 다수, 투자결정시 가장 먼저 PB들과 의논

세부 항목중에서 부자들이 향후 지출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항목으로 ‘문화 및 레저’가 3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연금 및 사회보험’(16%)과 ‘의료비 및 의약품비’(16%)를 많이 선택해 부자들의 건강중시, 노후대비, 문화 지출에 대한 소비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지출을 줄일 항목으로 ‘의류 및 잡화 구입비’(24%), ‘외식비’(22%)를 가장 많이 선택하여 경기침체 장기화 및 경기회복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부자들도 생활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은 근로시간은 적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자들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6시간으로(주부와 은퇴자 제외), 하루 7시간 이하로 일하는 부자 비중은 56%, 9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부자는 일반인(40.1%)의 절반 수준인 20%에 그쳤다.

또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3시간 이상이다라고 응답한 비중이 일반인 대비 평일 3.5배, 주말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럼 부자들은 더 많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부자들은 개인여가시간 동안 주로 스포츠 활동(27%)을 하거나, 문화·예술 관람(18%), 취미오락(쇼핑, 외식, 등산 등)(16%) 등의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자들은 자기계발도 활발히 하는 편이었는데, 최근 1년간 자기계발을 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73%에 달했으며, 가장 많이 자기계발을 하는 분야는 ‘영어’와 ‘경영전략 및 리더십’을 꼽았다. 특히 부자들의 98%가 지난 1년간 독서를 했다고 응답하였고, 5권 이상 읽었다고 응답한 비중은 51%, 10권 이상 읽었다고 응답한 비중은 21%에 달했다.

부자들은 본인의 아름다운 노후생활을 위해 총자산의 절반을 노후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노후준비에 사용할 자산 비중을 낮추는 대신 기부 비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후생활의 질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와 배우자의 건강’을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은퇴후 노후시간을 여행 및 문화예술관람, 스포츠 등 여가활동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싶어하며, 그 다음으로는 친목도모 등 사교활동(18%), 봉사활동(13%), 창작적 취미활동(9%), 종교활동(9%) 순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할 계획이다.

국내 부자들의 41%가 자산의 일부를 자녀에게 이미 증여한 것으로 나타나 자녀증여를 한 부자의 비중은 직전 조사 대비 9%p 상승했다. 향후 자산 배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해 상속 계획 비중은 낮아지고, 증여 계획 비중은 상승해 절세효과를 고려한 부자들의 자녀 증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절세를 위한 자녀 증여에 관심 상승, 상속·증여 수단으로는 부동산 선호

국내 부자들이 상속·증여를 위해 가장 선호하는 수단으로는 부동산(40%)으로 꼽혔고, 그 다음으로 현금·예금(30%), 보험(10%), 주식·채권·펀드 등 투자형 금융상품 (9%) 순으로 조사됐다.

투자형 금융상품과 현금을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직전 조사 대비 대폭 줄어들고 부동산 선호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향후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하여 낮아진 가치로 상속 증여할 경우 향후 부동산 가격 회복으로 인한 자녀 자산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손주를 대상으로 증여를 한 부자의 비중은 9%에 불과해 아직 증여 대상은 대부분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9%의 부자들이 향후 손주를 대상으로 증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손주에 대한 자산 증여는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상품을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 부자들이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은 상품의 안전성(원금 보장)(67%)으로 조사됐으며, 수익성은 가장 적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종합적인 절세효과가 있는 증여신탁상품을 이용할 의향도 43%가 있다고 답변했다.

부자들이 자녀의 희망전공 및 직업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는지 조사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희망 전공은 경영학(18%)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의학계열(17%), 공학계열(14%), 어떤 전공이든 상관없다(11%) 순으로 조사되어 과거 의학계열을 가장 선호하던 모습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자녀의 희망직업에도 과거 조사 대비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선호하는 직업의 의사(14%)로 과거와 동일했으나, 그 다음으로 사업가(13%), 선생님(11%), 회사원(11%)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과거 교수와 공학 엔지니어를 선호하는 경향에 변화가 있었다.

부자의 평균 자녀 결혼 비용은 아들의 경우 7억4000만 원, 딸인 경우 6억2000만 원으로, 일반인 대비 각각 5억7000만 원, 5억2000만 원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항목별로 신혼집 비용, 예단 및 혼수, 예식비용이 모두 크게 상승했고, 특히 최근 부동산 전세가격 상승에 의해 신혼집 비용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 우리나라 남녀 합계 평균 결혼비용은 약 2억7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자녀 결혼 비용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부모가 부담하는 평균 자녀 결혼 비용 비중은 전체 비용의 85%였으며, 결혼비용을 전액 부담했다고 답변한 비중도 40%나 돼 부자들의 자녀결혼 비용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녀의 배우자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는 ‘인품’을 선택한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집안’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의 성별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에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자녀가 딸인 경우 사위의 ‘전문직 여부’(13%)도 고려 대상이었으며 자녀가 아들인 경우 인품과 집안 외의 △소득 창출 여부 △학벌 △전문직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