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없으면 주요 결정 올스톱 위기” vs 시민단체 “삼성은 더 잘 굴러갈 것”

【월드경제신문 김창한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 등의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이 결정된 이후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다.

삼성과 재계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삼성의 주요 결정을 ‘올스톱’시켜 삼성을 위기로 내몰 수 있으며,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논리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즉 삼성의 비중으로 볼 때 나라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란 논리인 셈이다. 재계는 그 동안 대기업 총수 구속을 앞두고 이러한 논리로 방어를 해왔다.

반면 비리 총수 구속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개인의 위기가 삼성의 위기는 아니며, 오히려 기업 총수에 대한 ‘차별적 배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의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재벌의 엄살로 해석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이재용 부회장은 감시역할만 하는 게 적합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주 전 사장은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돈을 준 것은 이미 증거가 확실하게 확보된 것 같다”며 “(삼성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데) 300억원을 내고 수천억 원을 받을 수 있으면 사실 언제라도 뜯기고 싶은 피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피해라고 하는 게 누가 피해냐, 이재용 부회장 돈이 아니고 삼성전자 주주에게서 나온 것인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거의 안 갖고 있어서 결국 삼성전자가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전 사장은 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사례를 들며 전문경영인이 10~20년 경영을 해서 최고의 기업이 됐다고 소개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은 더 잘 굴러갈 것 같다”며 “능력 없는 사람들이 자꾸 자리(삼성 경영권) 차지하려고 하지 말고 전문 경영인한테 넘기고, (삼성) 총수일가는 이사회 멤버로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 정도만 하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범법을 저지르면 그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고 다시 그 기업의 총수라든가 이사회 멤버로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것 하나만 제대로 했어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안 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실련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청구 기각에 대한 입장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뇌물죄 혐의와 이재용 부회장의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되지 않는 결정이다”고 전제하고 “현재 대한민국은 국정농단사태로 인해 사회의 정의가 무너진 상태에 처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위법과 범죄사실에 대해 일벌백계 하지 않는다면 국정농단과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재현되고 말 것”이라고 일갈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유전무죄, 재벌 앞에 무릎 꿇은 사법부를 국민이 용서할 수 있겠는가’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사법부는 돈 앞에 무릎을 꿇었고, 법치주의는 땅에 떨어졌다”며 “새벽 법원은 사실을 외면하고, 법과 정의를 저버렸다.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염원했던 정의와 법치주의는 거대한 경제권력 앞에 무력했다”고 재벌 앞에 무력한 법원의 현주소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사법부가 경제권력에 기생하는 추악한 모습이 왜 지금까지도 되풀이되어야 하는가?”라며 “430억원 뇌물수수혐의 피의자가 불구속재판을 받는데, 불과 7800원을 훔쳤다고 구속된 피의자의 하소연을 법원은 무엇이라 설명하고 변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특검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었다. 특검은 주저치 말고 다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