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급인(원청)의 산재예방 의무 확대를 통해 수급인(하청) 근로자 보호 강화

[월드경제신문 이인영 기자]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자 사망사건을 비롯해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가스폭발 사건 등 각종 공사현장에서 인명피해가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고용노동부가 수급인(하청) 근로자 등 산재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회기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된 바 있는 도급인의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안을 6월 중 국회에 제출해 20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의 재해예방을 위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할 범위가 현행 20개 장소에서 모든 작업장으로 확대된다. 더불어 벌칙도 한층 강화된다.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조정된다. 특히 사망시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 하도급’이 부른 산재

이런 가운데 지난달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배관공 2명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사건이 불법 하도급이 부른 사망사고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대림산업이 시공사인 경북 군위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 2명이 추락사 한 가운데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관리감독 소홀과 안전불감증이 부른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6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고속도로 현장에서 교량 배수관 설치 하청업체 소속 김모(42)·장모(42)씨는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의 탑승함을 타고 지상 26m 높이에서 배수관을 설치하려다 붐대가 꺾이면서 탑승함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사고 작업장에서는 안전망과 안전대 부착 설비 설치 등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아울러 작업 시작 전 고소작업대의 과부하 방지장치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점검도 없었다. 작업장에는 근로자 3명만 있었으며 관리감독자는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원인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지적됐다.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에 따르면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원청인 대림산업이 써머스건설과 교량건설공사와 관련 1차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써머스건설이 다시 현빈개발과 2차 하도급 계약을, 현빈개발은 대원건설과 3차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불법 재하도급 계약 속에 이번에 사망한 작업자들은 대원건설과 배관 설치를 위한 구두계약을 맺었다.

써머스건설이 직고용한 배관공이 배수관 설치를 해야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사망한 장씨가 제출한 신규 채용자 관리대장에는 써머스건설 소속으로 적혀 있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또 다른 사망자인 김씨는 형식상 사업자 등록이 돼 있는 경우로 건업사는 산재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능섭 노무사는 “사업자라고 하더라고 일용직으로 일당을 받고 일을 했다면 산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노동건강연대 역시 건설업체와 노무도급을 받은 사람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 관계라는 것이 판례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화진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는 재해자가 수급인(하청) 소속의 근로자라는 점에서 도급.용역 등 외주화 추세와 함께 안전관리능력이 취약한 수급인(하청) 업체로 위험이 이전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도급인(원청)의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해 도급인(원청)이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관련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