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납품업체에 줘야 할 대금을 ‘판촉행사 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떼어먹으며 ‘갑질’을 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곳은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다. 이들에 부과된 금액은 무려 238억9000만 원에 달해 법 시행 이후 단일 사건 기준으로는 최대였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가 220억3200만 원을 부과 받아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10억 원, 8억5800만 원이었다.

이들은 개점 등으로 일손이 필요할 경우 납품업체 직원 수백 명을 파견 받아놓고도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것도 상습적으로 말이다. 이는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또한 판촉행사 분담금을 내세워 지급해야 할 대금을 떼먹기도 했다. 상생이라는 말은 안중에도 없는 흡혈귀 같은 행위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과거에 공정위 시정조치를 받고도 이런 행위를 계속하다 또다시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3년 납품대금을 기본장려금이라고 공제한 것으로, 2014년에는 인건비 전가 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를 무시하고 납품업체 4곳에 지급해야할 121억 원을 판촉비용 분담금으로 공제해 버렸다. 또한 10개 납품업체에서 파견사원을 직접 고용해놓고도 인건비 168억 원을 떠넘겼다. 공정위는 결국 홈플러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시정조치 불이행을 들어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정부의 시정조치까지 무시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부담하는 과징금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들의 행위를 묵과할 경우 영세한 납품업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영업행위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도 법을 위반하면 더 큰 부담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끔 해야 이러한 ‘갑질’을 근절할 수 있다. 수백억원을 떼이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중소기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