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선택한 유럽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 바가지 쓰기 십상

[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2013년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중국, 동남아 패키지 상품 200개의 실태조사에서 상품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을 현지에서 추가 부담하는 경우가 전체의 83%로 나타났다.

익명의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객 단가가 비싼 유럽 패키지 상품이 제외돼  있는데 ‘유럽 패키지 상품 실태 또한 동남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1인 유럽 왕복 항공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왕복항공, 3성급 호텔 6일, 유럽 전문 가이드가 포함된 유럽 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국 여행사는 신문, 온라인 광고들을 보면 이러한 상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기이한 형태의 여행 상품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여행사들의 치열한 가격 경쟁에 있다. 한국에 있는 여행사가 인터넷과 신문 등을 통해서 여행객을 모집하고, 모집한 고객을 현지에 있는 랜드사에 연결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 판매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여행사는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마이너스 관광객을 모집하고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현지에 있는 랜드사에서 관광객들에게 각종 옵션과 팁, 쇼핑을 강요해 수익을 발생시킨다. 여기서 남는 이익은 한국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와 반반, 혹은 약속한 비율로 나눠 가진다.

각종 여행 옵션과 팁, 쇼핑을 강요하는 여행상품을 피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게 저렴한 상품은 피해야 한다. 또한, 해외 현지에 지사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해외 현지에 지사가 있다면 유통 구조가 한 단계 줄어들어 그만큼 원가가 적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2003년 설립해 10년째 유럽 세미패키지 상품만 고집, 판매하는 ㈜자유나침반여행사의 이상걸 대표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마이너스 관광상품으로 인하여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 각종 피해가 예상되는 마이너스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현지에서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가이드들이 많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출국 전 여행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 여행사로는 최초로 프랑스 정부의 가이드 자격 승인을 받은 ㈜자유나침반여행사의 수석 가이드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 허니문을 온 부부와 진행했던 파리 1일 투어 중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이드님이 아주 친절하시니 기념품을 많이 사주겠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질 않아 신혼여행을 온 부부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작년 동남아 패키지여행에서 같이 갔던 일행한테 들었다며 “쇼핑을 하면 가이드에게 일정액의 수수료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신혼여행을 온 부부에게 한국에서 지급하신 금액에 정당한 가이드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부부는 연신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자유나침반여행사 파리 지사의 수석 가이드는 “정당한 금액을 내고 여행을 하는 여행객이 쇼핑과 옵션을 권유하지 않는 가이드에게 오히려 미안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쇼핑이나 강제 옵션, 노골적인 팁 요구 등 잘못된 한국 여행 문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 현지에서 정부 미등록 가이드에 대한 단속이 심해졌다. 투어 도중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 빈번한데 적발되면 가이드는 물론 여행객까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